gears only for ma ear

몇해 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선택한 이어폰 (사실은 헤드폰에 가깝지만) 이 바로
젠하이져에서 출시한 px200 이다.






요즘은 미니기기들이 (결국 주로 mp3지만) 워낙 범람하는 바람에
음질 따지며 cdp 들고 다니는 수고로움을 스스로도 견디기 힘든데다
주변의 '유난스럽다' 따위의 눈초리를 견디기도 쉽지 않다. 아쉽게도.

그러나 미니기기의 결정적 단점이자 mp3p의 태생적 한계인
타격감있는 중저음을 선호하는 터라,
이 부분을 강제로 증폭시켜주는 효과가 있는 px200에 한때 푹 빠져버렸다.

어느 정도냐 하면,
px200 모델을 4번이나 구매했을 정도.

세번은 도난과 분실등으로 잃어버린 뒤 재구매한 것이고,
한번은 구매했다가 누군가에게 눈물을 머금고 넘겨줄 수 밖에 없었다.

똑 같은 물건을, 그것도 같은 값을 치르고 산다는게
얼마나 아까운 일인지 직접 느껴본 사람들은
특정 상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나 집착 없이는
4번씩이나 재구매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것도 아마추어 음악애호가를 유혹하는 각가지 상품들이
명멸하는 이어폰/헤드폰 시장에서 말이다.)

다만 주인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이 녀석에게도
시련의 시기가 닥쳤으니,

첫번째는 휴대성 때문이요
두번째는 헤어스타일의 변화로
머리를 감싸는 밴드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자주 가는 미용실 헤어디자이너의 권유로
머리를 짧게 자르다보니
요 넘을 뒤집어 쓸 수가 없게 된 거다.
(그렇다고 본인이 스타일에 죽고 스타일에 사는
폼생폼사 인생은 절대 아니나,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막 입고 막 사는 인생도 아닌 탓에..)

그래서 이 넘의 대안을 찾아 나선 끝에 발견한 녀석이
바로 이놈.



소니 mdr-e888 sp.

이어폰인 만큼 둘둘 말아 주머니에 쏙 넣으면 되기에
휴대성이 좋다는게 가장 큰 선택 이유였다.

그런데 막상 사용해보니
뛰어난 해상도와 음질에 깜짝 놀라버렸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기타의 퍼즈톤을 완벽하게 재연한다는 점.

그동안 다른 이어폰/헤드폰에서는 사실
퍼즈와 디스토션이 거의 분간이 안갔었는데,
이놈은 퍼즈의 지글자글한 뉘앙스를 완벽하게 뽑아냈다.

심지어 이 넘을 귀에 꽂고
이미 수천번 반복청취했던 스매싱펌킨스의 음악을 듣다
세상에서 가장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그들의 퍼즈를 있는 그대로 구현하는 바람에 짜릿한 전율과 함께 나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해지기 까지 했다.

음악듣는 즐거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기특한 녀석.

 

by 만년초보 | 2005/12/30 08:3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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