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21

하루 종일 TV가 들썩인다.
방송국 기자들이 총 출동해 하이톤의 긴박한 목소리를 쏟아낸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납치됐단다.
먼저 붙잡혀있던 독일인 2명은 이미 살해됐다는 외신 보도가 흘러나온다.

차분히 채비를 마치고 회사로 향한다.

적당한 구름으로 적당히 흐린 날씨.
적당히 선선한 차창 바람이 끈적하게 뺨을 때린다.

휴일에 회사로 출근을 하면서
약간의 긴장과 짜증 그리고 주말 오후의 상쾌함이 섞인
복잡한 감정에 잠시 취해 있는 동안
아마도 해군과 공군 장병들은 
스산하고 막막한 서해 바다 위를 샅샅히 뒤지고 있을 터이다.

KF-16 전투기가 갑자기 추락했단다.
'그때 유로파이터나 라팔, 하다못해 수호이를 선정했어야 해....'
황망한 소리나 속으로 지껄이며 회사로 발길을 재촉한다.

회사 가는 길에 위치한 홈에버가 시끌벅적하다.
공권력이 투입으로 마트내 점거 농성이 강제 해산되자
일터에서 두번 쫒겨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욱 북받친 목소리로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아프간 어딘가에 은신하고 있는 탈레반 수뇌부들은
CNN을 틀어놓고 긴급한 대책회의를 하고 있겠지.

붙잡힌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을 담대하게 외치며 기도를 하고 있을까?
아니면 매우 인간적인 모습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을까?

청와대는 사태 추이와 더불어
향후 정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겠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은 또 어디서
무슨 생각을 하며 뭘 하고 있을까....

소개팅에 나선 대학생은?
당장 다음주에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소시민은?
박신양보다 200배는 못생긴 사채업자에게
독촉전화를 받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내 가족은? 친구는?
8일전 길거리에서 눈이 돌아갈 정도로
멋진 몸매를 가졌던 원피스를 입은 이를 모를 그녀는?...

2007년 7월 21일.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졌지만
제각각 다른 무게와 다른 의미를 지닌 하루는
이렇듯 스산하고 또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by 만년초보 | 2007/07/22 01:53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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